분명히 천천히, 아주 천천히 걸었다.
땀이 날까봐 옷이 조금이라도 땀에 젖을까 걱정이 되어서 집에서 공연 4시간 전에 출발했다.
갱년기 초기 증상이 이렇게 원망스러울수가 없다.
가만히 있어도 땀이 그냥 턱 밑으로 방울져서 떨어진다.
'다시 그냥 집에 갈까??'
수백번도 더 생각하다 공연장 근처까지 발걸음을 했다.
아....이제 심장도 말썽이다.
손으로는 흐르는 땀을 닦으랴 마음속으로는 뛰는 심장을 달래느랴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갔다.
첫 사랑을 만나러 인천에서부터 갱년기로 찌뿌둥한 몸을 끌고 서울까지 왔다.
중2,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~~
내 귀를 사로잡는 음색이 있었다.
변진섭.
그 당시 춤도 잘추고 외모도 괜찮은 가수가 많이 나올때라 부모님께서 자주 나를 놀리곤 하셨다.
안경 2개 써야 한다고...
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목소리가 좋아서인 것 같다.
콘서트장에 들어가서 내 좌석을 찾고, 옆 좌석의 모르는 사람과 자연스레 인사한다.
그건 상도덕이니까....
컥 남자분이다. 혼자 온 남자분!
나처럼 혼자 오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 더군다나 남자분이 혼자 왔다.
마음속으로 경의를 표해주고,
이제 과거로 돌아갈 시간이다.
책가방 메고 레코드점 유리창에 붙은 포스터를 보며 어떻게 하면 한장 얻을 수 있을까 궁리하던
중학생의 나로 돌아간다.
그대로네......
나만 나이들고 변했네.......
2시간 동안 행복했다.
나보다 나이도 더 많은데 가수로서 활동 할 수 있을만큼 관리하는 인간으로 살고 있어줘서 고마웠다.
이 행복한 기분을 글로 쓰기엔 이 공간이 부족하다.
그냥 혼자 간직하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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